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장인 성해용(55·생명교회) 목사는 20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부패방지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발탁된 뒤 첫 느낌은 두려움이었다고 24일 밝혔다.
“평생 교회에만 있던 사람이 관료사회로 들어가 일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제대로 일을 못한다면 교회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부담도 듭니다.”
그러나 성 목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부방위 위원 발탁을 두고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성 목사는 종교인으로서 반부패 투명사회 운동에 헌신한 반부패 분야 전문가로 1999년부터 39개 시민단체와 연대해 ‘반부패국민연대’를 구성 ‘반부패 청렴사회협약’을 발표했다. 또 2003년 서울에서 열렸던 반부패세계대회 유치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3명의 법무부 장관과 공동으로 이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기획력과 집행 능력을 보여줬다.
부패 추방 운동가이기 전에 목사로 헌신해온 그에게 종교계 내부의 부패 정도를 물어봤다. 그는 종교계가 부패학자들이 꼽은 부패한 조직 중 하나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렇다고 부방위 활동을 통해 종교계에 개혁의 칼을 들이댈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교회들의 문제점이 기독교 전체를 부정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라도 개혁하고 변화해야겠지요. 그러나 개혁은 외부의 힘이 아닌 내부에서 스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제가 마틴 루터도 아닐 뿐더러 종교개혁을 위해 부방위에서 뽑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만약 종교개혁을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스스로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목사는 25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상임위원으로서의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장 반부패시민연대 이사 등의 직책도 잠시 내려 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시는 하나님만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하수처럼 흘러 깨끗하고 맑고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2005년 1월 25일(화) 21면 서윤경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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